이번 미니멀리즘 생활 도전기를 이어가는 동안 나는 물건을 줄이는 행위가 단순히 공간을 가볍게 만드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건이 줄어들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, 그 변화는 물건의 양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면서도 동시에 깊은 연결을 가지고 있었다. 어느 날은 집안의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유지해오던 관계들이 떠오르기도 했고, 또 어떤 날은 관계에서 쌓여 있던 감정의 무게가 공간의 무게와 비슷한 결로 느껴지기도 했다. 물건이 줄어든다는 건 단순히 ‘비워내는 행위’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사람, 감정, 시간, 기대의 관계가 다시 재배열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. 서랍을 비우면서 예전에 받았던 선물들을 다시 마주..